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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오후 8시 46분
신곡 앨범을 사러 전자 상가에 다녀왔다. 이쪽 가게는 vanitas 관련으로만 오는 곳이지만, 정말 큰 곳이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동요부터 장르도 잘 모르는 굉장히 격렬한 음악까지, 온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은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침 가게 앞 스피커에서 vanitas의 신곡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좋은 기분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지난 달 취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번 호 음악 잡지에 vanitas의 기사가 있기에 신곡 앨범과 함께 그것도 샀다.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오려 했는데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안쪽까지 들어가 봤더니 카가미 선배가 있었다. 그것도 네고토 선배나 치히로쨩도 없이 혼자서.
그때 어땠더라,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 이렇게 갑작스럽게, 주변에 아무 사람도 없이 혼자 선배와 마주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반가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서서 잠깐 동안 그냥 서 있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 간단한 ‘안녕하세요’란 말이 그땐 왜 생각이 안 났을까. 게다가 선배는 CD 선반을 보면서 뭔가 고민하는 듯, 바빠 보였으니까 말을 거는 게 실례가 아닐까 싶었고. 그냥 돌아서서 나가려 했는데, 그때 선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오토나시, 라고.
성을 불리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 정말 야속한 일이야.
그래도 대답은 평소처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이곳에 오는 건 드문 것 같다며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시길래, 어떤 밴드 음악이 있을지 궁금해서 보러 왔다고 둘러대고 말았다. 선배 밴드의 신곡 앨범을 사러 왔어요, 라고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는 건 민망하니까. 내가 열성팬이란 것 정도는 카가미 선배도 이미 알고 있지만…… 역시 부끄러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둘러댄 게 정답이었다. 선배가 밴드 추천을 해 주었으니까. Carpe Diem이란 이름은, 치히로쨩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네고토 선배가 카가미 선배에게 알려 주어, 카가미 선배가 록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된 밴드. 사실은 그 얘길 듣고 Carpe Diem의 모든 곡을 사 둔 상태이지만 카가미 선배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내게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를 추천해 주는 선배의 즐거운 듯한 표정이 좋아서, 인사만 주고받고 지나가지 않고 좀 더 길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게 좋아서.
선배는 정말로 Carpe Diem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꼭 그들의 앨범을 사야겠다고 말하고서 헤어졌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지금, 그 음악을 듣고 있다. 어쩌다 보니 카가미 선배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역시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선배가 좋아하는 걸 내게도 공유해 주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선배도 지금 이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네.
오늘, 만나서 기뻤어요 선배.
6월 19일 오후 11시 21분
오랜만의 단독 라이브. 세이지가 바빴던 나를 대신해 신카이 군에게서 티켓 두 장을 구해 준 덕에 걱정 없이 갈 수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vanitas는 정말 인기가 많다. 내 또래의 여학생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그 중에 후지시로 학생들도 정말 많이 보인다. 지난번 라이브 때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여서 다행이었어. 그때는 줄을 서 있던 도중 와타세 군이 밖에 잠깐 나와 있는 게 눈에 띄어서, 팬들이 엄청난 인파로 몰려들었으니까. 세이지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애써 구운 쿠키가 망가졌을지도. 그때 겨우 사수해서 전해 드린 쿠키를 선배가 맛있다고 해 주어서 정말 행복했다. 라이브 때마다 매번 쿠키를 드리는 것도 어쩌면 선배를 귀찮게 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어 오늘은 굽지 않았지만.
라이브는 언제나처럼 최고였다. 아니, 그 이상으로 좋았던 것 같아. 역시 난 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세 명의 악기가 어떻고 저렇고를 섬세하게 말할 수 없지만, 마음을 울리는 소리였다. 모두 신나 보이는 표정이었지. 단독 라이브 때에는 매번, 다들 저렇게 들뜬 얼굴을 한다. 나도 그걸 보면서 신나게 돼. 그리고 saku의, 카가미 선배의 음색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웠다. 무대 위에서의 선배의 열정은… 정말, 정말로 멋있어.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다가 문득 동생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황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세이지는 아직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누군가에게 반한다면 딱 그런 표정을 하지 않을까, 싶은 얼굴.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카가미 선배를 보는 내 얼굴도 저런 모습일까?
라이브가 완전히 끝나고도 다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남아 있는 팬들이 많아 오늘은 멤버들을 보기 힘드려나, 하고 돌아가려다 치히로쨩과 마주쳤다. 지금 모두를 만나러 대기실에 갈 건데 같이 가자고 제안해 주길래 고맙게 받아들였다. 사실 나보다도 세이지가 더 신나서 대답했다. 대기실에 가장 먼저 달려가 라이브 최고였다며 팡파레를 터뜨린 것도 물론, 세이지. 실례를 사과했더니 다들 평소 같다며 괜찮다고 받아 주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신카이 군은 너 또 왔냐며 질색이었지만…… 진심으로 세이지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와타세 군은 신카이 군의 최대 적수가 등장했다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고. 정말로, 다행이야.
카가미 선배에게는 가장 마지막에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저번에 상가에서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 주어 기뻤다. Carpe Diem의 앨범을 샀다고 하니 반가워하시는 것 같았다. 오늘도 평소보다 길게 선배와 이야기할 수 있어 행복했어.
딱 그 정도 행복으로 끝났다면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래. 그 이상은 참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카가미 선배가 누구와 돌아가든, 그건 그저 팬이자 후배일 뿐인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게다가 두 사람은 옆집이니까 함께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겠지.
그리고 선배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까.
역시 이런 건 쓰지 말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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